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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만난 색파

토도사 0 52 09.12 09:10

#오래전 만난 색파 #야한소설 #야설

오래전 만난 색파

 

어느새 달력을 들춰 보면서, 새해를 맞이하던 때가 엊그제 같던 것이 벌써 춘삼월을 중반이나 넘기고 있음에 나 자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느 때 같으면 담배를 끊네, 술을 줄이네, 돈 낼 때 절대로 앞에 서지 않겠네 하는, 허튼 계획으로 보냈을 정월 초하루에 나는 단 한가지를 가슴에 품었었다.

어떤 이들은 가훈처럼 대문짝 만하게 써서 집안에 걸어 놓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결심은 누구에게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 그걸 스스로 깬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당신, 요사이 일이 할랑 한가 봐?’

‘왜?’

‘야근도 예전처럼 없고, 그렇게 뻔질나게 다니던 출장도 그렇고…..이제 슬슬 명퇴 생각하면서 나가 달라는 신호탄 인가?’


아내의 걱정도 일리는 있었다. 허구한날, 세상 혼자 살아대는 것처럼 돌아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사람이, 땡 하면 집 구석, 번쩍 해 뜨면, 일터….그러니, 아내도 저으기 걱정이 앞서는 모양 이었다.

사실 나의 일은 그다지 행동반경이 넓은 직종은 아니다. 출장이야 가끔 있다지만, 그렇게 까지 야근을 해가며, 코피 때릴 일은 아니었기에……


‘어린 애들도 취직이 졸나 어렵다는데, 나 같이 나이 살 처먹은 인간, 비싼 돈 줘가며, 독방 쓰는 거, 꼴 뵈기 싫기도 할 거야. 나 하나 자르고 나면, 몇 놈이나 씽씽한 것들을 골라가며, 입맛대로 쓸 수 있을 테니……’


나 또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양복 갖춰 입고, 어디엔가 일을 할 곳이 있다는 소속감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새해를 맞이 하면서 내가 한 결심은 엉뚱하게도 섹스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는 알리바이 꾸려대기와 치고 빠지는 치사한 숨바꼭질에서 조금은 자유롭고 싶다는 소망……그게 결심 이었다.

결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섹스에 환장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끝끝내 자르지 못하고, 기어이 땀을 빼던 그 많은 순간들…….친구는 나를 만나서 당부하기를,


‘야, 이젠 잠잠할 나이 안 됐냐? 뽕빨나게 다 제쳐두고 둘러대는 년들이랑 주구장창 살아볼 생각 아니라면, 이제 그쯤에서 워워 하면서 스스로 멈추는 것도 현명 하실 터인데….’


글쎄…..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누구처럼 섹스를 위해 돈을 주고 대상을 물색해야 된다면, 주머니 사정으로 대번에 깨갱 할 테지만, 어쩌면 난 운이 참 좋았다 라고도 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말자는 타입을 기가 막히게 골랐던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도 내가 아무 것도 원치 않기를 바란다는 코드가 맞아 떨어졌었는지도 모르고…..


‘당신, 요즈음 나이 먹어가면서, 더 밝히는 것 같아.’


제 아무리 약을 달고 살아도, 집 밖과 안에서 쏟아내는 섹스의 여력은 한계란 것이 분명히 존재했다.

새해를 맞이해서 밖에서 일구어지는 섹스의 기회들을 물러대고 나니, 그 느낌은 오로록 아내의 것이 되어 버렸기에 말이다.

이른바 선수들은 밖과 안에서 소모되는 기력의 조절과 형평성 있는 분배에 가장 신경을 쓰는 편이다. 쓰여지는 돈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야, 가장 중요한 노하우 이기에, 저마다의 비결이 있는 것으로 안다.

허나, 어차피 색파로 살아지는 세월에 속하다 보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하루가 다른 체력의 격세지감을 더더욱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자기야…..이런 얘기 해도 돼?’

‘뭔데?’


1년인가? 아니다, 떠나간 지, 2년도 더 넘은 그녀…..- 기억력의 한계도 분명히 오는 가 보다 - 언젠가 거나한 섹스가 끝난 후, 담배를 피우며, 그녀가 말문을 뗐다.


‘자기 귀두를 빨다가 살펴 봤는뎅……’

‘그런데? 너무 맛이 좋아서 깨물 뻔 했다구?’

‘아니, 그게 아니구, 꼭 수두 하는 애들 얼굴처럼, 그 빤질 거리는 귀두 전체에……그러니까….. 촘촘히, 거 뭐랄까? 짜잘한 붉은 점들이……. 자르륵 하더라고, 자기……., 무슨 병 있니?’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는 그녀의 엉뚱한 질문…….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이른바, 정력제를 장기간 먹다 보면 생기는 현상이었다.

발기의 메커니즘을 극대화 하다 보니, 그걸 이겨내질 못하는 미세혈관이 뭉쳐져 있는 모공주위가 충혈되어 벌겋게 되는 단순한 발적(發赤) 현상. 그걸 두고 그녀는 걱정을 꽤나 했던 모양 이었다.

그 질문을 하기까지, 몇 번을 망설였다는 그녀……


‘그걸 가지고 그렇게 고민을 했다니? 내참, 에이즈 일까 봐? 자, 봐라 말이야. 해도 해도 벌떡 서 있자니, 피가 몰려, 안 몰려? 이른바, 이게 바로 좇대가리에 생기는 딸기코 현상 이란 거야. 들어는 봤니? 주당들한테 생기는 딸기코, 색당들한테는 누구나 있는 딸기 좇대가리….낄낄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피한 듯이 얼굴이 붉어졌었다. 내가 여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공통적인 경험 중의 하나는, 보기 보담, 혹은 배운 거 보담, 여자들은 섹스나, 신체의 매커니즘에 대한 지식이 남자들에 비해서 졸나 형편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방법론에 강하고, 여자들은 감상론에 치우친다 랄까? 암튼 그랬다. 나와 섹스를 하면서도, 잠깐씩 눈이 감겨지면서, 저 나름대로의 상상에 빠지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서로가 유녀, 유남의 상황이었기에 상대에게 매료된다는 선에 다가서기만 하면, 그 머릿속 연상의 허울을 묘하게 뒤집어 버리는 서로의 허물 벗기…….


‘우린 앞으로 어떤 사이가 될까?’


그녀는 언제나 그렇게 묻곤 했다.


‘어떤 사이긴? 기냥 좋아서 떡 치는 사이일 테지. 인생 뭐 있어?’

‘꼭 해도 그렇게 저질스런 단어 외에는 주어댈 게 없니, 자기는?’


난 비록 일탈을 저지르고는 있었어도, 심정적 미련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버둥을 그런 식으로 질러댔었다. 절대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고, 그녀와의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었다.


‘언제나 잦아 들려나……’


아내는 아내대로 나를 따라 주질 못하는 자신의 취흥이 안타깝기도 했거니와, 스스로 나보다 더한 나이의 벽을 느끼는 것 같았다.

마치 나의 색흥이 스스로 꺼져가 평범해지기를 바란다는 그런 투의 푸념……이제는 거울을 보는 것이 조금씩 두려워져 간다며, 샤워 후에 바르는 바디 로션을 고르는 것에도 신경을 마냥 돋구는 아내의 모습에서 난 많은 것을 본다.


‘아니, 바디 로션이 그게 그거지,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 묻는데?’

‘당신은 몰라. 이젠 샤워를 하고 나서 피부가 얼마나 빨리 건조 되는지……. 그리고, 뱀 허물처럼 어떤 곳은 내 의지와 다르게, 물 빠진 논 바닥처럼 쪼옥쪽 갈라지기도 한다니깐? 그러니 내가 그렇게 자세히 물을 수 밖에……..’


나보다 항상 나이 차이가 있는 어린 여자들과 만나면서, 내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젊다는, 어리다는 혜택을 얻어 먹어가며 지내 왔기에, 아내의 그런 푸념은 오히려 나를 슬퍼지게 까지 한다.

더 이상, 아내에게 마음 속으로 죄를 짓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이 색파로 살아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내 삶을, 이 해에 들어서고부터 바꾸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 요즈음 뭐, 일이 잘 안돼?’


아내의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근 석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지극히 가정적이 되어가는 나의 행태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는 아내의 닦달…..


‘아니, 집에 꼬박꼬박 들어와도 난리네?’

‘아니, 하루가 멀다 하고 바쁘던 사람이, 이 해 들어서서 갑자기 얼어붙은 거 마냥, 뻐덩대니 그렇지. 어디 가서 점이라도 보고 오까? 이번 해에 신수가 영 문제가 있을라나?’


아내는 그러면서도 점을 보러 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알고 나서 마음의 짐이 되느니, 닥치면,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지 않다는 아내만의 생활철학……그렇게 3개월이 넘도록 나의 생활은 물 속으로 조용히 잠겨가는 쇠 덩어리처럼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지나가는 날짜를 곱씹으며, 달력을 넘기던 중에,


‘딜딜딜….딜딜딜……’


못 보던 전번…..난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야……’

‘누구…….시져?’


그녀였다.


‘그냥 이 번호가 아직 있길래……’


그건 분명코 변명 중에서도 흔하고, 구차한 것이었다.

알던 사람을 깨끗이 정리하는 첫 번째가 전번을 지우는 것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까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그리고, 새로운 전화기, 혹은 번호로 바뀌면서도 끝내 내 번호를 새로운 통화 영역에 옮기고 있었다는 얘기로 들리고 있었다.

아내가 옆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기에, 난 핸폰을 들고, 그 어디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유효 적절한 태도는 존칭을 쓰는 것이었다.

이것은 서로 잘아는 사이끼리, 하는 무언의 약속이었는데, 또라이 처럼,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피한다든가, 아파트의 경우, 통화 상태가 불량하다며, 베란다로 나가는 것 같은 속 보이는 짓거리는 선수들의 레퍼토리라고 볼 수 없었다.

그건 경험이 오지기리 없는 방송 작가들이나 허는 씨잘데기 없는 상상의 산물일 뿐, 좇도 아니었다.


‘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정 이사님 이시죠? 전화 번호가 틀려서, 제가 못 알아보고……요즈음 나오는 쌈박 한 걸로 바꾸셨는가 보네……그런데 어쩐 일루 다가……지난 번에 세미나 발표 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 드리고……’


‘옆에 있구나……자긴 하나 두 변한 게 없네…..’

‘저야 뭐, 그 날이 그 날이죠. 몸 팔아서 머슴 짓, 어디 가겠습니까?’

‘요즘도 바빠?’

‘요즘은 탱자탱잡니다. 이제 그만하니 돈 받아 쳐먹었으면, 나가란 얘긴지, 떨어지는 프로젝트도 소소한 것뿐이고, 그냥 그래 삽니다. 잘 되고 계시죠?’

‘나도 별 거 없지 뭐……다음 주에…… 바빠? 수요일이 어떨까 싶은데……뭐 바쁘면 다음에 하고…..전번이나 알려 주려고 걸었지 뭐……’

‘다음 주 수요일 이라…..뭐 딱히 바쁜 건 없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팀 별 회식이 있고요. 수요일이야, 주중에서 제일 지루한 날, 아닙니까? 쟁쟁하신 분들이 모이셔서 황금 같은 아이디어들이 핑핑 날라 댕길 텐데, 저 같이 허접한 사람이 낄 자리가 될랑가 모르겠네요. 저야 자리에 낄 수 있는 것만해도 영광 이지요. 앞으로 명퇸지, 자퇸지, 어찌 될는지, 앞 날도 불투명한 이 마당에 삶에 보탬이라도 되게시리 싸 짊어지고 라도 찾아 뵈얍지요.’



‘혹시 모르니까, 월요일에 다시 전화 할게. 그때 가서 자세히 얘기하구…..’

‘예…..저도 아직은 모르지만, 무늬만 바쁜 사람이라, 일단 약속은 잡더라도 다음 주 초에 다시 연락 주시는 건 어떨까요? 혹시라도 급한 일이 떨어지는데, 덜컥 약속부터 해 놓으면…..쫌 그렇지 않습니까? 그 자리가 어떤 자린데……’

‘그럼, 끊을게…….너무 반갑네…..예전처럼 받아 줘서…..월요일…..응?’

‘네…네…..월요일에 다시 통화 하지요…네…..네….들어 가세요…..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네….네….이만 끊습니다.’


그녀와 나와의 치사시런 대화에 이미 신경을 끊은 아내는 일찌감치,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TV 앞에 다가가 앉아 있었다. 통화가 끝나자, 냉큼 옆에 돌아와 다가 와서는,


‘잘 나가는 사람 인가 봐?.....근데, 왜 당신을 부른데?’

‘앞으로 있을 향후 프로젝트에 대해서 외국에서 전문가들이 컨설턴트 겸, 들어 왔대요. 접대 겸, 자리를 만들어서 편하게 얘기나 하려고 했는데, 마침 내 생각이 나서 전화 했다나? 내가 이래 보여도, 그 바닥에서는 한 가락꾸 허잖수? 혹시 알아? 직장이나 예상 밖으로 밀려 나더라도 살아 남을 수 있는 대박 아이디어라도 건져 올는지……’


난 그 순간을 내심 무척이나 기다린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확실히 끊었어야 했는데, 등등 갖은 후회가 밀려 왔지만, 이미 난 그녀가 걸어온 전화에 휩쓸리고, 부서지고, 발길을 예전으로 돌리는 짓거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행동한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시계가 꿰져라, 감각도 상실한 채, 시체처럼 잠이나 퍼 잤을 주말, 나는 때 아닌, 휘트니스에 빠져 있었다.


‘아니, 새해 들어와서 안 하던 운동은 어쩌자고? 저러다, 뭔 일 나지…..’


아내는 별스런 나의 행동에 의심을 한다 라기 보다는, 저러다 말걸 뭐 하러 땀은 빼누 하는 눈초리였다.

땀을 푹푹 쏟은 후에,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너무도 짧은 사이에 많이도 망가져 버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일부러 아랫배가 들어가 보이도록 숨을 들이 마셔도, 탄력을 그새 잃어 버린 뱃가죽 하며, 어찌 그리 가슴패기의 대흉(大胸)근은 대흉(大凶?!)젖으로 바뀌었는지……

그 동안 몸매를 유지하는 데에 걸린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석 달 동안, 나에게 돌아온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인 것을 그녀의 전화로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석 달 동안, 있는 대로 아가리에 쑤셔 넣었던 음식들을 모두 게워내고도 싶었지만, 이미 빵빵한 나의 피하지방으로 바뀌어 버린 그 생리적 수순을 되돌릴 방법은, 단기간 내에 그 어떤 것도 해결책이 될 순 없었다.
난 신선한 인물도 아닌, 그저 기억 속에서 잊혀졌을 유녀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인해 부풀고 있었다.

별 거 아닌 것, 그 까이 꺼, 하면서도 아내가 보기에 나의 분위기는 흠씬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월요일의 출근을 앞두고, 한 마디 던지는 아내…..


‘그 타이 쫌 튄다. 아직까지 이팔청춘 인줄 알아요…...쯧쯧.’


난 그 소리에 면구스러워, 예전처럼 평범한 타이로 갈아 매고 나갈 수 밖에……월요일 이란 날이 그렇질 않은가? 할 일은 줄나래비를 서고는 있는데,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그런 날……

난 회의를 하면서도, 식사를 하면서도, 밀린 서류들을 살펴 보면서도, 바지 주머니 속에 누가 훔쳐가지도 않을 핸폰을 계속 만지작대고 있었다.

작년에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면서 문자에, 통화 요청에 진저리를 치던 핸폰이 그렇듯 애착이 가는 물건으로 바뀔 줄이야……

3 개월의 시간이야, 별게 아닐 수 있었지만, 난 그 사이에 30년은 겉늙어 버린 듯한 느낌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지이잉…..지이잉…..지이잉….’


그녀였다. 하루를 모두 붕 떠서 보내고, 퇴근을 준비하는 찰나에 걸려온 전화…..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괜찮아…….바빴니?’

‘월요일이 그렇잖아……나 안 그래도 조금 있다 애들 실으러 또 가봐야 돼.’

‘어딜?’

‘학원이지, 어디야?…….’

‘그럼, 지금은?’

‘응, 뭐라도 먹여서 들여 보내야 할 거 같아서, 근처 피자 집에 왔지. 바빴나 봐?’

‘뭐, 그냥…..’


그 대답에 난 전번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먼저 걸어 주기를 여적까지 바라고 있었던 무식한 나의 태도를 깨달았다.

3개월의 시간 동안, 작업의 정석은커녕, 본능적 매너까지 와사삭 까쳐먹은 불쌍한 노털……그게 나였다.


‘전화 한다는 게, 짬이 나야 말이지…..’

‘어련할라고? 맨날 내가 먼저 전화 때렸지……수요일 날….. 시간 괜찮아?’

‘거럼…..어디서 볼까? 맨날 만나던 거기?’

‘아직까지, 거기가…….. 버티고 있을까나?’

‘2년 사이에 어디 지진이라도 났을까 봐?’

‘그 사이에 업그레이드 쫌 했나 싶었는데, 그냥 그대로 살고 있구만…….이번엔 내가 정할게.’


그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인터넷에서 한 두 번 인가 들어 본 곳을 대고 있는 그녀.

그 동안 그녀는 일탈 완전정복을 몇 번이나 뗀 사람처럼 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보내고, 지난해까지, 그저 그렇게 공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만났던 여자들이 여친 이라고 부르기에도 적합하질 않은, 모두가 단발성에다, 대일밴드가 고작이었지, 놀고 지낸 것만은 아니었어도, 그녀의 음성에서 들려오는 탄력 있는 자신감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나 갔다 온다.’

‘응…..잘 갔다 와…….나 못 나가….’


아내는 수요일 아침, 멘스 뒤끝으로 덮쳐오는 두통과 미열로 인해, 아침에 나가는 나를 마중하질 못했다.

난 아내가 간섭하질 않음으로 인해서, 이게 왠 떡이냐 싶은 마음에 언제나 입고 나가는 퉁투부리한 트렁크 팬티 대신에, 사타구니에 빡 끼는 삼각팬티를 오랜만에 껴 입을 수 있었고, 물어보나 마나, 톡 튀는 칼라와 무늬의 타이에다, 색상이 들어간 셔츠까지 걸칠 수 있었다.

난 방을 나오면서, 침대 시트에 패드로부터 새어나갈 수 있는 월경 혈이 묻을까 봐, 버릇처럼 엎드려 잠이 든 아내의 퍼진 모습을 돌아다 보며,


‘진상이 따로 없어요……으이그…..’


속으로 한마디 주어 섬기며, 집을 나섰다. 난 그다지도 기대만빵에 들떠있는 내 자신이 우습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런 저런 경험, 못 해 본 것이 없이 거쳐 왔음에도 그 몇 개월, 손을 놨다고 현장감마저 상실한 듯한, 그 서두름……게다가 주객이 전도된 듯이, 그녀의 당당한 변화에 주눅이 들기까지 하는 초짜의 근성……
그렇다고 그녀가 그 사이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났다는 의미도 아닐 뿐더러, 그렇고 그런 놈씨들과 열나 돌렸을 테지, 하는 가늠만 해 볼 뿐, 난 호화로운 그 모텔의 입구에서부터 기가 질리고 있었고, 머리카락이 거꾸로 곤두서는 것 같았다.

차를 뒤 켠 주차장에 세우고, 심호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의 초라함에 영락없이, 나이 들어감을 나타내는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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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608호……’

‘손님께서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올라 가시죠.’


난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내가 먼저 아랫도리를 까고, 낚아채듯, 방 안에 들어오는 그녀에게 손과 더불어 좇대가리를 꺼떡대는 인사를 날리며, 덮쳤던 때와 비교해서 모든 것이 달라진 듯한 상황……..


‘똑똑……’

‘네…….자기 많이 촌시러워 졌다. 왠 노크?’


방 문을 열자마자, 코를 확 치미는 담배 연기……그녀가 분명했다. 길고 치렁했던 머리를 싹둑 잘라, 바짝 올려 붙인 커트머리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녀는 나의 촌스러움과 달리, 아주 세련되고, 여유로워진 모습 이었다.


‘좋아 보여…..’


난 오랜만의 인사치고는 맥없이 시작하고 있었다.


‘자기, 살 많이 붙었네? 요즈음 회사 주변에서 운동 안 하는가 봐?’

‘먹고 살기도 바쁜데, 운동은 뭔 놈의 운동……’


난 되도 않는 이유를 대고 있었다.


‘아유, 엄살은…..그렇게 짠돌이 짓 하다가, 소금 먹고 물 들이키면, 우리 딸애가 그러는데, 다 살로 간다고 그러대, 호호호…..’

‘남편은 잘 있구?’

‘항상 자알 있지. 세상에서 선하고 착한 일, 혼자 도맡아 하고 다니는 그 성질, 어련하겠어? 나 같은 년이나 맨날 이렇게 불 지옥에 떨어질 짓만 골라 하고 댕기지….마나님도 여전 하시고?’


난 항상 그녀와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기 전에 어째서 보지도 못한 상대의 남편과 부인 안부를 물어 주어야 하는 건지, 항상 의문스럽기만 했다.


‘나 양치 좀 하고……’


그녀는 언제나 섹스 전과 후에 담배를 피웠지만, 유독 섹스 전에는 양치질을 했었다.


‘네 좇이 그리 더럽디?’


난 가끔 그녀에게 그렇게 들이댔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깝데기가 홀랑 벗겨질 정도로 박박 씻어낸 좇대가리를 빨 때라도 기어이 양치질을 해야 된다는 그녀의 취향이 못내 껄끄러웠던 탓이기도 했다.

난 그래도 그런 소소한 행동에서 예전과 다름없다는 안심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습기 까질 했다.

그 사이, 나와 상관없는 인간들과 허벌나게 돌려댔을 저 보지가 달라진들 어디까지 가겠냐 하고 비아냥 대면서도, 예전과 다름 없음을 감사하는 짓거리는 또 무엔가 말이다.

난 옷을 벗어내면서, 욕실로 들어섰다.


‘왜, 자기도 양치질 하게? 예전처럼 또 그 입 냄새 들이대 보지?’

‘야, 그거야, 신물이 올라오니까 그렇다고 내 몇 번을 말허디?’


사실, 발기에 관련된 약을 자주 먹다 보면, 그 놈의 속 쓰림은 항상 기본 옵션으로 딸려 나오다 보니, 언제나 둘러대던 내 변명은 유일한 것이었는데, 세상 사, 하도 좇 같아서, 스트레스로 인한 속 쓰림이 가실 날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난 양치를 하다 말고, 멀찌감치 떨어져, 오랜만에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하기에 이른다.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졌네?’

‘그럼 어련 할려구? 이젠 탄력도 예전 같질 않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구, 몸짱 저리 가라라 이 말이지 뭐. 양치 계속 할꺼나? 나 입 좀 헹구게.’


그녀는 언제나 잇몸이 아프지도 않은지, 내가 양치질을 다 끝냈는데도 불구하고 입 속에서 칫솔을 뺄 줄 몰랐다.

난 입안에 치약거품이 가득 차서, 구역질 직전에다가, 눈알까지 벌게 질 지경이었다. 그녀는 내 대신 컵에 물을 받아 내밀면서, 세면대에서 물러나면서도, 양치질을 계속했다.


‘하여간, 이빨 빵꾸날겨……내 안 봐도 훤하지…..’


난 샤워기를 틀어 몸을 닦으면서, 주절대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양치질이 끝나기 무섭게 샤워 캡을 내밀었다.

항상, 그녀와 나는 모텔에서 만날 때, 몸을 씻기는 해도, 머리를 감는 법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샤워를 할 때마다 내미는 두 개의 샤워 캡은 두 사람의 공동행위의 기본 도구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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